이문열의 초한지로 보는 항우와 유방의 서사시

삶의 지혜|2020. 10. 21. 22:23

중국 대륙의 패권을 향한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를 다룬 초한지는 삼국지, 열국지와 더불어 중국 3대 역사소설 중의 하나입니다.

그동안 틈틈이 읽었던 이문열의 사기 이야기 "초한지" 10권을 얼마 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잠깐씩 시간 날 때마다 읽다 보니 오랫동안 읽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가끔 앞의 얘기를 잊어버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기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10권이나 되는 긴 분량은 편하게 읽기가 쉽지는 않은 분량인 것 같습니다.

 

 

초한지의 주요 내용과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 시대의 이야기인데, 진시황제와 그 2세 황제의 폭정과 악행으로 전국에서 일어나는 반란의 와중에 초나라를 이끄는 초패왕 항우와 한나라를 이끄는 고제 유방이 어수선한 진나라를 넘어 중국 대륙에서 서로가 패권을 잡아가는 과정을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초패왕 항우는 명문가의 자손이고 어렸을 때부터 특출 난 자질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난세의 영웅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카리스마 넘치고, 저돌적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에고, 즉 자기애가 너무 강한 탓에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신뢰하거나 의지하지 못하고 모든 판단과 결정을 스스로 하고 있는 성격을 가진 인물입니다.

개인적인 역량은 뛰어나지만 리더로서는 최악의 성향을 가진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군사나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자애롭고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자신에게 대드는 상대방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함을 보이는 모습도 나타내고 있는데, 이런 성향은 자신의 군대나 조직을 이끄는 데는 강한 리더십으로 큰 장점이 될 수 있으나 널리 세상을 어울러야 하는 군주와 같은 상황에는 매우 적합하지 않은 특성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초패왕 항우는 한나라와의 전투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결국 마지막 한 번의 전투에서 한나라에 대패하고 자결함으로써 천하를 얻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마지막 한번의 전투로 결정 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에 지속적으로 쌓아 왔던 잘못된 판단과 인식, 그리고 세상의 인심이 그런 결말로 이끈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우는 원래의 성격 때문에 그러한 성향이 굳어진 것도 있겠지만, 그러한 성향으로 인해 주위의 말을 듣기를 게을리하고 터부시 함으로써 누가 보아도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내릴 때, 말리고 조언할 수 있는 인물이 주위에 없었던 것도 항우를 그렇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고제 유방은 어떤 면에서는 우유부단하고 무모한 결정도 많이 내리며, 주위에 거느리고 있는 누구 보다도 부족한 점이 많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처세와 사람을 쓰는 것에는 능숙하고, 그런 모습이 타고난 재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방을 평하길 자신을 비우고 유연하며 세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에 항우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한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게 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항우보다는 큰 그릇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그 밑에 따르는 많은 장수와 제후들이 천하 대세의 흐름이 유방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판단한 후 많은 사람들이 유방과 함께 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즉, 천하가 항우와 유방으로 양분된 후 누가 승리할 것인지를 잘 살펴볼 때, 항우는 세상인심을 너무 많이 잃고, 또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으니 세상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그 반대급부 적으로 유방은 세상에 너그럽고, 또한 주위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어 그 시너지를 만들고 있으니 그에 따라 어느 쪽에서 자신의 힘을 다할 것인지를 보고 유방 주변으로 모이는 사람이 많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나 상황에서 유방은 모여드는 많은 능력자들을 잘 보듬고 함께 함으로써 종국적으로 천하를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유방도 자의던 타의던 간에 중국 대륙을 평정하는데 누구보다도 함께 애쓰고 많은 기여를 한 한신, 영포, 팽월을 역모의 이유로 모두 죽이게 되는 것을 보면 권력에 대한 견제나 도전, 암묵적 위험 앞에서는 그 누구라도 냉혈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는 이렇게 초한지의 배경인 시대에서 만들어진 한나라가 그 후 전한과 후한으로 나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즉, 초한지가 선대의 이야기이고, 삼국지는 후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두 이야기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시대적인 선후의 상황 때문인지 삼국지가 초한지 보다는 훨씬 더 규모 있고, 재미있고, 스토리가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삼국지가 등장하는 인물도 훨씬 더 많고 인물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깊고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어 더 풍부한 얘기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초한지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은 책임은 틀림없습니다.

올 가을과 겨울을 이어 꼭 초한지 시리즈를 읽어보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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